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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론 구시가지와 종교공간의 분할 구조 분석(아브라함 사원, 분리장벽, 공간권력)

by dexstory 2025. 5. 30.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위치한 헤브론은 유대교와 이슬람 양측 모두에 성지로 여겨지는 도시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종교와 정치적 충돌의 중심지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헤브론 구시가지 내 아브라함 사원을 중심으로 한 공간 분할 구조와, 종교적 권력이 공간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 분석합니다.

아브라함 사원의 다종교 상징성

아브라함 사원은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모두에게 중요한 인물인 아브라함의 무덤이 위치한 곳으로, 이슬람권에서는 '알 이브라힘 모스크'로, 유대교에서는 '마크펠라 동굴'로 불립니다. 7세기 이슬람 정복 이후 이 모스크는 수 세기 동안 이슬람 예배의 중심지였으며, 이후 십자군과 오스만 제국 등 다양한 세력이 이 공간을 점유하면서 종교별 의미가 축적되어 왔습니다.

분리장벽과 도시 공간의 분할

1994년 헤브론 학살 사건 이후, 이 지역은 이스라엘 군의 통제 하에 철저히 분리된 구조로 재편되었습니다. 아브라함 사원 내부도 절반은 유대교 예배구역, 나머지는 이슬람 기도공간으로 분리되었으며, 이는 종교건축의 내적 공간 분할이라는 유례없는 사례로 기록됩니다. 또한 구시가지는 군 검문소, 분리 장벽, 폐쇄 구역 등으로 나뉘어 있어, 일상적인 이동과 예배조차 제한된 구조 속에 놓여 있습니다.

공간권력의 정치적 재현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권력의 표출 수단입니다. 헤브론의 경우, 종교적 성소가 정치·군사적 전략 거점이 되면서, 공간이 신념과 억압의 충돌 지점으로 변모했습니다. 일방적 공간 분할은 신앙의 자유를 제한하고, 종교 간 평화 공존의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는 ‘신성한 공간’을 둘러싼 권력 구조와 거버넌스의 실패를 상징합니다.

헤브론 구시가지는 신앙과 권력, 공간이 교차하는 복잡한 장소입니다. 이곳을 이해하는 것은 종교공간이 어떻게 현실 정치에 의해 재구성되는지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사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