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의 중심에 위치한 니스는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고요하고도 생기 넘치는 도시입니다. 빛바랜 파스텔톤의 건물과 형형색색의 셔터, 오랜 세월을 담아낸 돌바닥 골목길은 어느 방향으로든 걷기만 해도 그림엽서 같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그중에서도 니스의 올드타운(Vieux Nice)은 도시의 역사와 예술, 삶의 향기가 가장 진하게 남아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을 걸으면 단순한 관광을 넘어 니스 사람들의 생활, 리듬, 그리고 문화적 취향까지 함께 마주하게 됩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니스 올드타운 아트마켓을 중심으로, 시장과 골목길, 작가의 작업실, 그리고 느슨한 산책이 주는 정서적 울림까지 모두 담아보았습니다. 단 몇 시간의 산책이지만, 니스를 가장 깊이 있게 체감할 수 있는 방식이자, 감성을 선물처럼 안겨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니스 올드타운 입구와 코르 살레야 아트마켓
니스 올드타운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장소가 바로 코르 살레야(Cours Saleya)입니다. 마세나 광장을 지나 해변과 나란히 펼쳐진 이 거리는 아침부터 활기가 넘칩니다. 평일에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향신료, 꽃과 허브가 가득한 전통 시장이 펼쳐지고, 월요일에는 니스에서 가장 유명한 앤티크 아트마켓이 열립니다.
이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예술과 일상이 공존하는 야외 갤러리와도 같습니다. 수공예 보석과 핸드메이드 세라믹, 오래된 책, 골동품 가구, 직접 그린 수채화와 판화까지. 이 마켓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각 부스마다 창작자의 손끝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담겨 있어 하나하나가 정성스럽고 개성 있습니다.
특히 이곳의 매력은 판매자 대부분이 자신이 만든 작품을 직접 소개한다는 점입니다. 이 그림은 니스 해변에서의 아침을 담았어요 라고 설명해주는 화가, 이 귀걸이는 코트다쥐르의 햇살을 닮았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디자인했죠 라고 말하는 디자이너. 그들의 설명은 단순한 제품 소개를 넘어, 여행자에게 니스의 공기와 색을 물건이 아닌 기억으로 남게 합니다.
관람 팁을 주자면, 아트마켓이 가장 활기찬 시간은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입니다. 너무 이르기보다 살짝 늦은 아침 시간, 해가 건물 사이를 스며들며 시장 전체에 따스한 색감을 덧입힐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올드타운 골목길 따라 이어지는 예술 산책로
코르 살레야를 지나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니스 올드타운의 진짜 매력이 펼쳐집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대부분 도보 전용 구역으로, 어디든 마음껏 걸을 수 있고 길을 잃어도 괜찮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구역은 17세기부터 이어져 온 전통 주택들로 가득하며, 색감부터 창틀, 문 손잡이 하나하나까지 모두 개성과 감성이 살아 있습니다.
Rue Droite는 예술 산책의 핵심 거리로, 곳곳에 작은 갤러리와 개인 작업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이 거리에는 일부러 계획하지 않아도 저절로 들르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벽 한쪽에 걸린 작은 유화, 입구에 놓인 세라믹 조각, 혹은 문 앞에 세워진 캔버스 하나가 발걸음을 이끕니다. 갤러리뿐 아니라 향수를 손수 만드는 공방, 수제 초콜릿 숍, 직접 제작한 천 가방을 파는 매장 등이 골목마다 숨어 있어, 걷는 것이 곧 예술 감상이자 쇼핑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른 아침, 올드타운 골목에는 햇살이 사선으로 스며들어 벽과 돌바닥, 철제 창살 위에 금빛을 뿌려놓습니다. 이때의 풍경은 말없이 아름답고, 사진기나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 정도입니다. 골목의 정적 속에서 들려오는 카페의 커피 내리는 소리, 갓 구운 바게트 냄새, 멀리서 들려오는 아코디언 소리까지. 모든 감각이 열리는 순간입니다.
아트숍과 작가 작업실에서 만나는 로컬 감성
니스 올드타운의 예술은 마켓뿐만 아니라,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삶과도 닿아 있습니다. Rue Benoît Bunico와 Rue de la Préfecture, Rue Rossetti 등 주요 거리에서는 작가들이 작업하면서 동시에 방문객을 맞이하는 오픈 스튜디오 겸 숍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유리문 너머로 도자기를 구워내는 장면을, 또 어떤 곳에서는 벽에 직접 수채화를 그리는 작가의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그 장면은 여행자에게 창작의 현장을 마주하는 생생한 감동을 줍니다. 이곳의 작품은 대형 갤러리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개인적이고 이야기적이며, 그래서 더 진한 감동을 남깁니다.
특히 Le Petit Immeuble 갤러리는 젊은 일러스트 작가들의 감성적인 작업이 돋보이는 공간입니다. 도시의 일상과 감정을 담아낸 일러스트 프린트, 수제 엽서, 캔버스 아트가 전시되어 있어 가볍게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또 하나의 추천 장소는 L’Atelier du Parfum 향수 공방입니다. 이곳에서는 향료를 조합해 자신만의 향수를 만들 수 있는 체험이 가능하며, 자신만의 니스의 냄새를 담아가는 경험이 매우 특별합니다. 예술은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곳에서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산책과 시장, 예술을 함께 즐기는 팁 정리
니스 올드타운의 산책은 일방적인 관광이 아니라 머물며 감상하고 대화하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장의 구역은 바뀌는 경우도 많고, 아트마켓의 출점 작가도 매번 달라지므로 고정적인 동선보다는 즉흥적인 감성에 따라 움직이길 권합니다. 사진을 찍고, 멈추고, 물건을 만져보고, 잠깐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그 모든 순간이 이곳에서는 예술을 감상하는 행위로 확장됩니다.
마켓 대부분은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문을 닫습니다. 오전 9시에서 11시가 가장 활기차고 아름다운 시간대이며, 조용히 감상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월요일 오전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대부분의 상점과 작가들은 영어 소통이 가능하지만, 간단한 프랑스어 인사말 정도는 미리 익혀두면 훨씬 따뜻한 교류가 가능합니다.
마무리하며
니스 올드타운의 아트마켓 산책은 단순한 시장 방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니스라는 도시의 감각과 호흡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여정이며,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마음으로 기억하게 되는 복합적인 경험입니다. 여행은 기억으로 남고, 기억은 감정과 연결됩니다. 니스 골목길에서 만난 작은 액자 하나, 도자기 컵 하나가 훗날 일상 속에서 니스의 공기와 햇살을 다시 불러올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산책은 아주 짧지만, 아주 깊은 여행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