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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탕롱황성의 베트남 왕조 건축과 유산 보존(리왕조 궁궐, 발굴성과, 국가정체성)

dexstory 2025. 5. 29. 07:32

하노이에 위치한 탕롱황성은 베트남의 천년 수도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문화유산으로, 리왕조에서 시작해 응우옌왕조에 이르기까지 왕조 건축의 진화를 담고 있습니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유적은 정치·문화적 중심지였을 뿐 아니라, 베트남 국가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리왕조 궁궐 유적, 발굴을 통한 성과, 그리고 이를 통해 드러난 민족적 정체성이 주요한 논의 대상입니다.

리왕조 궁궐 건축의 특성과 위상

탕롱황성의 기초를 세운 것은 11세기의 리왕조입니다. 리 타이또 황제가 수도를 하노이(당시 탕롱)로 옮기면서 건설된 궁궐은 베트남 최초의 본격적인 왕조 수도 계획으로 평가됩니다. 리왕조 궁궐은 중국식 궁궐 구조를 차용하면서도 베트남 고유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설계가 특징이었습니다. 산과 강을 끼고 지어진 궁성은 풍수지리 사상에 근거했으며, 다단식 건물 구조와 목재 중심의 건축 양식은 열대 기후에 적합한 방식이었습니다. 궁궐은 정궁(황제의 집무실)과 후궁, 행정관청, 왕실 거주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당시의 건축 기술력과 미학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목조 기둥과 기와지붕, 연못과 정원이 어우러진 구성은 이후 베트남 왕조 건축의 전형이 되었으며, 불교와 유교가 함께 존재했던 당시의 종교 문화도 건축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유적 발굴성과와 역사적 가치

2002년부터 본격화된 탕롱황성의 고고학 발굴 작업은 베트남 역사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수천 점에 달하는 기와, 도자기, 벽돌 유물과 함께 다층 구조의 건물터, 배수시설, 왕실 도로망 등이 발견되어 베트남 중세 도시의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11세기에서 18세기까지 약 7세기 동안 여러 왕조에 걸쳐 확장 및 개조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하나의 유적지 안에 역사적 계층이 중첩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사례로, 역사와 건축이 시간의 층위를 형성하며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유물에는 중국 및 동남아시아와의 교류 흔적도 관찰되어 당시의 국제적 문화 흐름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국가 정체성과 유산 보존의 의미

탕롱황성은 단지 고고학적 유적이 아니라, 베트남 국민의 정체성과 역사적 연속성을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대대적인 복원 및 정비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 역사 교육, 국제 전시, 문화행사 등을 통해 유적의 의미를 국민과 공유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유산 보존과 현대 도시 개발 간의 갈등도 공론화되었으며, 이는 베트남 사회에서 역사 유산의 현대적 활용과 보존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탕롱황성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자주적 문화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역사적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는 민족적 자긍심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탕롱황성은 단순한 유적을 넘어, 베트남의 왕조 역사, 도시계획, 건축예술, 국가정체성이 교차하는 복합 문화공간입니다. 발굴과 보존을 넘어, 유산을 미래 세대에 전달하는 지속가능한 문화자산으로서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